감상만 하던 고흐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
하노이 서호에 문 연 몰입형 전시 'Van Gogh Timeless'
해바라기가 벽 전체를 뒤덮은 전시 공간 (사진: 필자 촬영)
하노이 떠이호 시푸트라(Ciputra) 단지의 UDIC 웨스트레이크 빌딩에 반 고흐가 왔다. 정확히는 그의 대표작 165점이 빛과 소리, 움직임으로 되살아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지난 8월 12일 개막해 21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맞고 있는 'Van Gogh Timeless'는 2027년 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하노이 한인 밀집 지역에서 차로 멀지 않은 거리에, 그것도 반년 가까이 머무는 전시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
이 전시는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쓴다. 한쪽에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재현한 작품이 실제 액자에 담겨 걸려 있고, 다른 한쪽에는 벽 전체가 화면이 되어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몰입형 공간이 펼쳐진다. 액자 앞에서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몇 걸음 옮기면 같은 작품이 사방을 뒤덮은 공간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약 4,000㎡ 공간이 1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몰입형 구역에는 3D 프로젝션 맵핑과 VR·AR, 라이다 센서, 서라운드 사운드가 동원됐다. 소리의 주파수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해 반영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전 세계 대형 맵핑 프로젝트를 맡아온 비오소(Vioso)의 시스템을 도입해 프로젝터 약 74대를 동원했다. 같은 순간에 화면에 뿌려지는 화소가 6억 개를 넘는다.
벽 전체를 뒤덮은 '별이 빛나는 밤' (사진: 필자 촬영)
'별이 빛나는 밤'의 소용돌이치는 하늘이 사방 벽을 휘감고, 발밑에서 황금빛 밀밭이 흔들린다. 해바라기가 만개한 공간을 지나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3분쯤 서서 보고 지나쳤을 그림 한 점이, 여기서는 몇 분 동안 관람객을 둘러싼다.
고흐의 작품이 이런 형식에 유독 잘 맞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붓질은 애초에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움직임을 담고 있었고, 색은 사물의 실제 색이 아니라 감정의 색이었다. 확대하고 움직이게 만들수록 원작의 의도에 가까워지는 흔치 않은 화가다.
아시아 최고 수준 규모, 그러나 가격은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규모이며, 관람객이 지나는 체험 공간의 수가 통상적인 몰입형 전시 기준의 두 배에 이른다. 일본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열려온 같은 형식의 전시들과 견주어도 앞선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반면 관람권은 45만 동부터 시작한다. 원화로 2만 원대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 열린 몰입형 전시들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진입 문턱이 낮은 편이다. 서울이나 방콕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데다, 온 가족이 함께 가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이 전시는 프랑스 측 저작권을 정식으로 확보한 전시로, 하노이에서는 처음이다. 개막식에는 고흐의 고국인 네덜란드의 릭 슬레튼하르 주베트남 대사대리도 참석했다.
사이프러스 나무 그림이 실제 조경과 어우러진 공간 (사진: 필자 촬영)
하노이 교민에게 반가운 이유
베트남에 사는 한국인에게 이 전시가 특별한 건 작품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아이와 갈 만한 실내 공간이라는 점이다. 하노이의 더위와 우기, 그리고 대기질을 생각하면 아이를 데리고 반나절을 보낼 수 있는 실내 문화공간은 늘 부족했다.
둘째, 손님맞이 코스가 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본사 손님이나 부모님, 친구가 왔을 때 하노이에서 안내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를 교민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서호 인근이라 전시 관람 후 호수 주변 카페나 식당으로 이어지는 반나절 일정이 자연스럽게 짜인다.
셋째,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2027년 2월까지 열리므로 연말연시와 설 연휴에 방문 계획을 잡을 여유가 있다. 다만 그 시기에는 현지 관람객도 몰릴 것으로 보인다.
붉은 조명 아래 놓인 '아몬드 꽃'과 '아를의 붉은 포도밭' (사진: 필자 촬영)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
관람권은 세 등급으로 나뉜다. 스탠다드(Quang Phổ) 45만 동, VIP(Mặt Trời) 90만 동, 럭셔리(Ánh Sáng) 120만 동부터이며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VIP 이상은 줄을 서지 않는 우선 입장이 적용되고, 럭셔리 등급에는 기념품이 포함된다.
키 1m 미만 어린이는 심지어 무료이며, 만 60세 이상은 50% 할인을 받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아이가 둘 이상인 가정이라면 차이가 크다.
예매와 관람에 관한 실무적인 조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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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시간보다 10~15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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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통신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QR 코드는 미리 화면을 캡처해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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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 코드 이미지는 단체 대화방 등에 공개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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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공간이라 밝은 단색 옷이 사진에 훨씬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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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많이 하게 되므로 휴대폰 배터리를 확인하고 가자
하노이의 문화 지도가 넓어지고 있다
이 전시는 에머아트(Emerart)가 주최하고 ABBank가 후원한다. 에머아트의 부 티 투 뀐 공동창업자는 개막식에서 걸작이 액자와 박물관 유리 안에 갇혀 있지 않고 관람객 앞에 살아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출구의 'Timeless Souvenir' 기념품 매장 (사진: 필자 촬영)
4,000㎡ 규모의 전시 공간이 하노이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도시의 문화 소비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준다. 몇 년 전만 해도 하노이에서 이런 규모의 국제 전시를 보려면 서울이나 방콕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이제는 시푸트라에서 차로 몇 분 거리다. 베트남에 사는 일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 셈이다. 아이에게, 그리고 오랜만에 자신에게, 반나절쯤 내어줄 만하다.
Van Gogh Tim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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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UDIC 웨스트레이크 빌딩 1층 (푸트엉, 시푸트라 단지, 떠이호,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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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27년 2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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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약 4,000㎡ / 13개 전시 구역 / 작품 16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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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에머아트(Emerart) / 후원: AB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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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권: 45만
동부터 (등급·날짜·시간대별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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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키 1m 미만 무료, 만 60세 이상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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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https://immersiveexperience.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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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Hong]